[모자람의 위안] 11-17-2024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117
- 24-11-19 05:42
모자람의 위안
작년에 한국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 병원 부원장인 후배가 제게 “전에 선배는 목소리가 미성이더니 왜 그렇게 탁해졌느냐”며 이비인후과 검진을 권했습니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 성대 근육이 약해지거나 성대 점막이 얇아져서 목소리가 거칠어진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이라는 말이 낯설었지만, 그게 제 현실이었습니다. 전에는 “목소리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들어도 목소리가 탁해졌습니다. 제 설교를 듣는 교인들의 귀에 무척 거슬릴 겁니다. 목소리만이 아닙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그래서 예배를 인도할 때 물을 자주 마시게 됩니다. 예전에 목사님들이 강대상에서 물을 자주 마시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는데, 제가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시력도 문제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시력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흔두 살 때 노안(老眼)이 왔습니다. 어느날 약을 먹으려고 약병을 들여다보는데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약병을 눈에서 멀리했더니 조금 보였습니다. “어, 이거 뭐지? 노안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올여름에 검사를 해보니 시력이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설교 원고의 글자 크기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지난 화요일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전에 ‘환갑노인’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제가 작년에 환갑을 넘겼으니 ‘노인’이 된 겁니다. 저는 나이가 드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마치 제대 날짜를 기다리는 육군 병장처럼 시간이 가는 건 아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에 강했던 것들이 약해지고 쇠퇴하는 게 낯설기만 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나이 드는 것의 미덕(The Virtues of Aging)’이라는 책에서 “후회가 꿈을 대신할 때 사람은 늙는다”고 했습니다. 생물학적 노화가 아니라 정신적 노화가 더 큰 문제라는 말일 겁니다. 지난 10월에 백 살이 된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 56세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시절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이 드는 것을 미덕이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모자람의 위안 The Consolations of Imperfection>이라는 책에서 도널드 맥컬로우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진 ‘모자람’ 또는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완전함을 추구하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한계를 부정하는 삶은 피로와 좌절로 이어지지만,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인간다움과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괜한 푸념을 늘어놓은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만, 우리 모두 ‘모자람’을 은혜의 통로로 알고 약한 자를 강하게 하시는 주님을 더욱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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