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길을 예비하라] 08-04-2024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177
- 24-08-04 13:11
주의 길을 예비하라.
복음서 가운데 제일 먼저 쓰인 마가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메시아라는 선언입니다. 새로운 왕의 등장과 취임이 선포되는 대관식의 선언문을 연상케 합니다. 마가복음은 또 “주의 길을 준비하라”고 외칩니다. 예수의 출현과 등장이 가져올 혁명적 사건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예수의 사역은 천 년이 넘게 이어진 유대교의 종교적 부패와 타락을 일신하려는 종교 혁명이었습니다. 성전 중심의 희생 제사를 중시했던 유대교를 향해 영과 진리로 예배할 것을 선포하며 탈성전을 선포했습니다. 제사보다 양심과 영혼의 자유를 가르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주의 길을 준비하라”는 선포는 새로운 신앙의 출현과 비전에 눈을 뜨라는 선언입니다. “준비하라(예비하라)”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헤토이마조(ἑτοιμάζω)인데, 마가복음 시작과 함께 쓰인 이 단어는 마가복음 끝부분에서 다시 한번 등장합니다. 예수께서 마지막 만찬을 갖기 위해 장소를 물색할 때, 물동이 이고 가는 여인이 ‘준비한’ 다락방을 알려줍니다. 여기에도 ‘헤토이마조’라는 단어가 쓰이는데, 알 수 없는 여인에 의해 ‘준비된’ 그것은 마지막 만찬을 위한 것입니다. 마가복음은 ‘준비하라’는 말로 시작과 끝을 알리며, 새로운 신앙이 도래했으니 준비하라고 말합니다.
이천 년 전 로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새로운 윤리와 인간성의 미덕으로 변화시켰던 기독교가 지금은 해체의 과정에 있습니다. 세계와 인간에게 감동과 소망을 주었던 기독교는 그 감동과 소망을 잃어버렸습니다. 교회가 해체되고 있는 몇 가지 증상과 사유는 이렇습니다. 예전에 비해 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평생 한 교회만 다니고 그것이 올바른 신앙의 태도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무너졌습니다. 가나안 성도라 불리는 사람들은 새로운 교회와 가치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교회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습니다. 교회를 마트처럼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지 좋은 교회를 찾아 떠도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교회가 구원을 위한 절대성을 갖지 않는다는 데까지 인식이 확장된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사회를 향해 양심의 순결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 권력자의 편에 섰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교회는 반사회적 종교성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제 탈종교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개신교회는 타 종교에 비해 해체의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마가복음의 주제인 “주의 길을 예비하라”는 말씀은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깊이 묵상해야 할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이 성전을 헐라. 내가 다시 세우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거나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붙들고 있는 낡은 성전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세상에 의해 해체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낡은 생각, 고루한 제도를 허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도래할 ‘주의 길’을 예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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