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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젊은 교회] 06-18-2023


젊은 교회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는 96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94세에도 하루 4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한번은 기자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당대 최고의 연주자인데, 왜 아직도 그렇게 연습을 하십니까?” 카잘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내 실력이 지금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으니까요. Because I think I’m making progress.”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이 드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문제지만, 그것에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은퇴 목사님이 제게 이런 농담을 하시더군요. “앞으로 재수 없으면 150살을 살게 된다니까.”

지난 5월에 동서양 음악회에 초청된 ‘트레이 크레그 콰이어’(The Trey Cregg Choir) 공연에서 제가 크게 감동한 건 단원 가운데 시니어들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중 한 분은 서 있는 게 힘들었는지 아예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좋게 보였습니다.

우리 교회 성가대에도 70-80대 장로님, 권사님들이 계십니다. 황반변성으로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이는 권사님도, 계단을 오르는 일이 힘겨운 장로님도 여전히 성가대를 섬기는 모습이 고맙고 감동스럽습니다. 계단 오르는 일이 힘든 장로님이 맨 아래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자리 배치를 바꾼 성가대도 고맙습니다. 이런 모습을 하나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교회의 노령화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시니어는 계속 생기니까요. 와튼 비즈니스 스쿨(Wharton School)의 마우로 기옌(Mauro Guillén) 교수는 <2030 축의 전환>이라는 책에서 인구 감소와 노령 인구 증가를 예견하면서, 시니어들이 미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민 교회 역시 시니어의 역할이 중요하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 젊은 사람도 곧 시니어가 될 거고, 자녀 때문에 주일도 못 지키고 분주하게 다니는 교인들도 머지않아 자녀가 떠나고 텅 빈 둥지를 지키게 될 테니까요.

제 아버님은 올해 아흔(33년생)이신데. 지금도 주일마다 인천에서 서울 명동까지 직접 운전해서 교회에 가십니다. 1955년부터 그 교회를 다니셨으니 70년 가까이 한 교회를 섬기신 셈입니다. 아버님은 지금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시고, 컴퓨터 앞에서 성경을 워드로 타자하십니다. 제가 또 놀랐던 건 아버님이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청에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졸랐더니(원래는 구청 도서관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초등학교 등교 지도하는 일을 주더랍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해서 한 시간 남짓 학생들 등교 지도하고 돌아오십니다. 많지 않지만 월급도 받습니다.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또 아버님은 지금도 매달 한 권 이상씩 책을 읽습니다. 정부에서 노령자에게 주는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사신답니다.

저는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시니어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 곳곳에서 시니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회를 기대합니다. ‘젊은 교회’는 젊은 사람이 많은 교회가 아니라 젊게 사는 교인들이 많은 교회가 아닐까요? 우리 교회가 젊은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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