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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목회자의 휴가와 출타] 07-09-2023


목회자의 휴가와 출타

목회자들이 은퇴 무렵 교회와 불협화음을 겪으며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내가 휴가도 제대로 안 하고 얼마나 희생했는데”라는 것이랍니다. “저도 나중에 그런 말 할까 봐 휴가를 꼭 간다”고 부임 후 첫 휴가를 가면서 칼럼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3년간 노회가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6주 휴가(2주 학습휴가 포함)를 다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교인이 제가 요즘 교회를 너무 자주 비운다고 하셨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올해 제가 4년 만에 한국을 다녀온 것 말고, 교단 총회 참석과 온두라스 선교를 다녀온 것밖에 없는데, 교회를 자주 비운다는 말이 이해되질 않았습니다. 원래 19일 일정이던 한국 방문이 건강검진 추가검사 때문에 25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 일이 마음에 걸려서 연초부터 계획했던 세 개의 컨퍼런스 참석을 취소했습니다. <코레도>라는 목회자 수련회는 교단 연금국이 항공료와 참가비 모두를 부담하고,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제공하는 등 프로그램이 좋은 탓에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을 합니다. 저는 20년 만에 처음 기회를 얻었는데 포기했습니다. 6월 말에 열린 ‘예배 음악 컨퍼런스’도 천 불 가까운 참가비와 숙박비를 장학금으로 얻었지만 포기했습니다. 8월에 있을 ‘설교 컨퍼런스’는 한인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는 좋은 컨퍼런스고, 제가 기획부터 관여했지만 역시 참석을 포기했습니다. 이 세 건 모두 당회에서 연간 목회계획을 세울 때 승인한 것이었고, 목회자에게 매우 유익하며, 교회에 재정 부담도 주지 않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지만 포기했습니다. 5월에 다녀온 교단 총회도 중앙교회 부임 후 처음 참석했습니다. 이 총회는 회원 교회의 의무이고 전국의 목회자들과 교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교회 재정도 넉넉하지 않고, 부교역자도 없고 해서 참석하지 않다가 14년 만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그나마도 금요일까지 열리는 회의를 하루 당겨서 목요일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너무 자주 비운다’는 말을 들으니 섭섭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선교를 너무 자주 간다는 말에는 개인적인 섭섭함을 떠나 심각한 문제를 느꼈습니다. 상반기에 온두라스 선교 한 번 다녀왔고, 하반기에 코스타리카 선교(노동절 연휴 3박4일)가 한 번 예정되어 있습니다. 목회자가 단기선교를 인솔한 것을 문제 삼은 시각도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더 큰 문제는 선교 현장에 가는 것을 ‘교회를 비운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선교 현장은 확장된 교회이지 교회 밖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노회는 목회자의 6주 휴가를 의무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까지 한 번도 6주 휴가를 한 적도 없었고, 아마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온 것을 포함해서 6주 휴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름휴가 때 선교지를 가는 것을 두고도 비용은 어떻게 하느냐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작년에도 밝힌 바가 있는데, 교통비 등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합니다. 다만 교인들께서 선교지와 선교사님들에게 쓰라고 헌금하신 것은 그대로 전달합니다. 목회자는 자존심과 명예로 삽니다. 적어도 그건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열심히 일해봐야 이런 소리나 듣는구나 싶어서 섭섭했습니다. 이제 선교도 중단하고 그냥 휴가나 찾아 먹어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위로해 주셨습니다. “교인들이 너 좋아서 가까이 많이 있어 달라는 거 아니니?” 아, 그건 제 착각이라고요? 착각이면 어떻습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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