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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사랑은 못 하는 게, 모르는 게 있는 겁니다.] 03-26-2023


사랑은 못 하는 게, 모르는 게 있는 겁니다.

이번 주에 책을 읽다가 발견한 좋은 글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버드 법대 교수인 찰스 프리드(Charles Fried)의 “Privacy is the oxygen for love.”라는 말인데, 직역하면 “프라이버시는 사랑의 산소다.”입니다. 진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게 필수라는 뜻일 겁니다.

또 하나는 김훈 작가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 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까 니들 마음대로 해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많고, 또 타인의 시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민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를 궁금해하며 기웃거립니다. 그래서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는 유명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애정 없는 호기심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 내 이야기, 나의 아픔이나 실패나 고통을 가십거리로 삼는다면 그걸 허락하시겠습니까? 남이 내 사생활에 개입할 권리가 없듯이, 내가 남의 사생활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할 권리가 없습니다. 내 인생이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싫다면, 타인의 삶 역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삶은 지켜주지 않은 채, 나의 삶만 배타적 보호 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고, 나의 대해서는 잊힐 권리를 주장하며, 타인에 대해서는 알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남에게 이해받으려 사는 게 아니듯, 나도 남을 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프라이버시가 사랑의 산소와 같다’는 말은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입니다.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서로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합니다. ‘사이 좋다’는 말은 ‘사이’ 즉 적당한 틈과 경계가 있어야 관계가 좋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면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성도와 목회자, 성도와 성도 간에도 서로의 경계를 지켜줘야 합니다.

“사랑은 못 하는 게 있고, 모르는 게 있는 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멋진 말입니다. 누가 한 말인가 하면 한병철 목사가 한 말입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어도 참을 수 있는 능력. 알아도 모르는 척, 알고 싶어도 참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마음이 진짜 사랑 아닐까요?

친밀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경계를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남이야”라는 말이 있지만, 실은 우리는 서로 남입니다. 그걸 인정할 때 진짜 아름다운 관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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