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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04-30-2023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요즘 미국에서 한국계 작가나 연예인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이미 널리 알려졌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FEEF>(한국어 제목 ‘성난 사람들’)도 극본과 연출, 주연 모두 한국계가 만들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저는 1월 29일 칼럼에서 한국계 2세 작가 미셸 자우너의 책 <H-마트에서 울다 Crying in H-Mart>를 소개했었습니다. 이중 문화에서 자라면서 겪은 성장의 고통을 암투병하는 엄마를 간호하면서 엄마가 해주었던 ‘한국 음식’의 기억으로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오늘도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When You Trap a Tiger>이라는 동화책인데, 2021년에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는 ‘뉴베리상(Newbery Medal)’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계 3세 작가 태 켈러(Tae Keller)가 썼습니다. 지은이의 이름 ‘태(Tae)’는 할머니의 이름(태임)에서 따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노라 옥자 켈러 역시 1998년 아메리카 북 어워드 수상한 작가입니다.

책은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를 소재로 합니다. 주인공 릴리는 언니로부터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고 불리는 아이입니다. 책 첫 구절이 “나는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 I can turn invisible.”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투명 인간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없는 자신의 표현입니다. 반면 언니 샘은 “조아여”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춘기 소녀입니다. 어느 날 <햇님 달님> 동화에서 나온 것 같은 호랑이 한 마리가 릴리에게 나타나 오래전에 할머니가 훔쳐 간 것을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이 달콤한 제안을 둘러싸고 호랑이와 밀고 당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1/4 한국인’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는 작가가 마음 깊숙이 숨겨 둔 고통과 슬픔, 분노와 욕망, 드러내기 힘든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깨닫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릴리를 집요하게 뒤쫓는 통제 불가능하고 무서운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할머니와 릴리가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걸어 나오도록 부추기는 구원자입니다. 책의 첫 구절에서 ‘투명 인간’으로 취급받고, 또 스스로도 투명 인간이 편하게 느껴졌던 주인공이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이야기인 셈이죠. 저는 우리 자녀들이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한인 이민자에게 정체성의 고민을 던져준 ‘4·29 LA 폭동’ 31주년이었습니다. 그리고 5월은 <아시안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달>입니다. 이제 우리 한인 이민자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자녀들을 좋은 학군의 학교에 보내서 의사, 변호사 만드는 게 최고라고 믿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내면의 고통을 직시할 줄 알고, 그것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지난번 소개한 책도) 좋은 대화의 매개가 될 것입니다. 자녀들과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부모를 아이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까요? (혹시 책 구입을 원하는 분은 제게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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