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감동적인, 그러나 꾸며낸 이야기] 05-07-2023


감동적인, 그러나 꾸며낸 이야기

요즘 설교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우선 유튜브에 넘쳐나는 내로라하는 설교자들 때문에 회중의 귀가 고급이 된 탓이 가장 크고, 둘째로 교인들의 정보 접근성이 확장되어 어지간한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며, 셋째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기능이 워낙 정확해서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가는 오히려 곤욕을 치르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 많아진 탓입니다. 요즘은 설교 시간에 즉각 검색에 들어가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설교자도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얼마 좋은 예화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허름한 행색의 부부가 하버드 대학 총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죽은 아들을 기념해서 거액의 기부금을 내려고 했는데, 행색이 초라한 이 부부를 총장 비서가 푸대접하자 그 부부는 그 돈으로 서부에 대학을 세웠다. 그 사람이 스탠포드이고, 그 대학이 스탠포드 대학이다. 그 이후로 하버드 대학 정문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글이 새겨졌다.”

그런데 스탠포드 대학 역사를 찾아보니까 이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설립자 릴랜드 스탠포드(Leland Stanford)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분이고, 그 아들은 15살에 장티푸스로 죽었지만, 하버드 대학을 다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자녀는 내 자녀”라는 생각에 8천 에이커의 땅을 기증하여 스탠포드 대학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제가 발견했던 예화는 한 마디로 ‘구라’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들 가운데 이런 ‘구라’나 ‘뻥’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뉴욕 시장을 지낸 라과르디아(Laguardia)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판사 시절에 배가 너무 고파서 빵을 훔친 노인을 재판하게 되었다. 그런데 라과르디아 판사는 빵을 훔친 노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0불을 부과했다. 그리고 방청객을 향해 말했다. ‘이 노인이 배고파 빵을 훔치게 한 우리 모두가 유죄이나 모두 벌금을 내십시오.’ 방청객들이 감동해서 돈을 모았고, 벌금을 내고 남은 돈을 노인에게 주었다.”

이 이야기도 ‘구라’입니다. 라과르디아는 존경받는 시장이었지만(뉴욕 공항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음), 뉴욕시 판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떤 공식적인 매체에도 나온 적이 없는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가끔 한국의 방송에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작가 지망생들이 만들어낸 허구인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꾸며낸 이야기라고 해도 감동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현장감과 감동을 더하기 위해 실제 있었던 이야기처럼 ‘구라’를 칩니다.

진정한 감동은 삶의 진정성에서 나옵니다. 다른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에서 남의 간증 열심히 듣지 말고, 내 삶 속에서 간증을 만들어 가십시오. 내 삶에도 얼마든지 간증할 만한 하나님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고 감사하는 게 신앙의 성숙 아닐까요?

그런데 이 칼럼 읽고 나서 앞으로 설교할 때마다 “저 목사님 얘기가 ‘구라’가 아닐까” 의심부터 하면 어쩌지요? 아무튼 참 “설교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래도 주일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설교자는 네이버나 구글 검색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또 강단에 섭니다.

댓글목록

담임목사 칼럼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45 [이스라엘 현장 학습을 다녀옵니다.] 06-11-2023 웹섬김… 12-10 186
344 [교회 음악과 세속 음악] 06-04-2023 웹섬김… 12-10 153
343 [나를 찾아오시는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05-28-2023 웹섬김… 12-10 275
342 [‘생각하다’와 ‘생각되다’ - 바른말을 사용합시다] 05-21-2023 웹섬김… 12-10 243
341 [디켑 카운티 공무원 초청 음악회] 05-14-2023 웹섬김… 12-10 134
340 [감동적인, 그러나 꾸며낸 이야기] 05-07-2023 웹섬김… 12-10 255
339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 04-30-2023 웹섬김… 12-10 131
338 [일사분기 교회 재정 보고] 04-23-2023 웹섬김… 12-10 263
337 [살아 있는 교회, 죽어가는 교회] 04-16-2023 웹섬김… 12-10 187
336 [부활은 이성과 지식으로 믿는 게 아닙니다.] 04-09-2023 웹섬김… 12-10 199
335 [오소프 의원 방문과 교회의 역할] 04-02-2023 웹섬김… 12-10 196
334 [사랑은 못 하는 게, 모르는 게 있는 겁니다.] 03-26-2023 웹섬김… 12-10 205
333 [이단(異端) 사이비(似而非) 그리고 사교(邪敎)] 03-19-2023 웹섬김… 12-10 198
332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건 순종이지 분석이 아닙니다] 03-12-2023 웹섬김… 12-10 174
331 [귀국이 한 주 연기되었습니다.] 03-05-2023 웹섬김… 12-10 203
330 [수퍼볼 선데이 – Inches Make Champion] 02-12-2023 웹섬김… 12-10 2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