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다시 책을 읽읍시다.] 01-29-2023


다시 책을 읽읍시다.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께서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詩)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이 글에서 ‘시(詩)’를 ‘책’으로 바꿔도 좋을 겁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책 읽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터넷과 전화기에 중독되어 사는 현대인들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교인들이 올해 ‘말씀이 이끄는 삶’을 위해 성경을 가까이하면서, 동시에 책도 가까이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작년에 읽었던 책 가운데서 네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天童荒太)

소설의 주인공 시즈토는 생면부지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일본 전역을 떠돌아다닙니다. 그는 어떤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항상 같은 질문 세 가지를 던집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그분은 어떤 분에게 사랑받았나요?, 어떤 분을 사랑했나요?, 어떤 일로 사람들이 그분에게 감사를 표했는지요?”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룬 이 책은 읽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좋은 책입니다.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가 어머니의 암 투병을 지켜보면서 이중 문화에서 자라나면서 겪었던 자신의 갈등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책입니다. 딸이 어머니를 기억하는 매개는 한국 음식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읽었는데, 읽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자녀들은 영어본(Crying in H Mart)으로 읽고, 부모님은 번역본으로 읽고 대화를 하면 정말 좋을 겁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저자가 이어령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전 몇 개월에 걸쳐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저는 이어령 교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딸(고 이민아 목사)의 죽음 이후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보도를 보고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의 해박한 지식이 단순히 지적 호기심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특히 죽음을 앞둔 그분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한희철

목사인 저자가 11일 동안 비무장 지대(DMZ)를 따라 380km를 걸으며 기도하고 느낀 바를 기록한 책입니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한반도의 아픔과 상처뿐 아니라 마음속 아픔까지 꿰매는 걸음이 되기를 기도한 저자의 따뜻한 영성이 녹아들어 있는 귀한 책입니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