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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놀멍 쉬멍 혼디 손심엉 뱅삭이 웃으멍]-MAR. 08


 

놀멍 쉬멍 혼디 손심엉 뱅삭이 웃으멍

 

서울 여학생들이 부산에 여행가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남학생 몇이 어찌나 떠드는지 참다못한 여학생 하나가 핀잔을 주었습니다. “시내버스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자 남학생이 언짢은 표정으로 대꾸했습니다. “이기 다 니끼기 이기가?”(이 버스가 다 네 거라도 된단 말이냐?) 그러자 다른 여학생이 친구를 끌어당기면 말했습니다. “거봐. 내가 일본사람이라고 했잖아.”

저는 사투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투리 쓰는 인물은 대개 사기꾼, 폭력배, 건달, 푼수 등 비정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투리가 참 살갑고 정감 있는 아름다운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충청도의 힘>이라는 책은 감칠맛 나는 충청도 사투리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때부터 맴이 깨벌레 농약 먹구 뒤질라구 방정 떠는 거 모냥으루 이짝으루 뒤집히구 저짝으로 뒤집히구, 오금이 저리믄서 아랫배 서늘허믄서두 간질간질허는디 사램 환정허겼드라고.” 얼마나 정겨운 표현들인가요?

최명희의 소설 <혼불>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매우 아름다운 사투리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중서부에 살 때는 잘 몰랐는데 남부에 와보니 처음에는 낯설던 남부 사투리가 이제는 훨씬 친근하고 리듬감이 있어서 정겹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예수의 제자들도 사투리를 썼던 모양입니다. 예수께서 재판 받을 때 바깥에서 불을 쬐던 베드로에게 한 여종이 네 말투가 너를 표명한다고 추궁합니다(마태복음 26:73). 베드로가 심한 갈릴리 사투리를 썼다가 예수와 한패로 몰린 것입니다 

제 아내는 제주도 서귀포 출신인데, 평소에는 완벽한 표준말을 쓰다가도 친정 식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 사투리를 씁니다. 때로는 외국어처럼 들릴 때도 있습니다. 오늘 설교제목 놀멍 쉬멍 혼디 손심엉 뱅삭이 웃으멍은 제주 사투리입니다. “놀면서 쉬면서 함께 손잡고 방긋이 웃으며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정겹고 아름답습니까?

우리들의 삶이 딱딱하고 메마른 표준말 같은 삶보다는 살갑고 정겨운 사투리 같은 여유로운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놀멍 쉬멍 혼디 손시멍 뱅삭이 웃으멍사는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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