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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갈릴리와 예루살렘]-MA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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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와 예루살렘

 

오늘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행진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종려주일(Palm Sunday)입니다. 예루살렘은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고, 예수님은 사람들이 "거기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오겠느냐"(요한1:46) 무시했던 변두리 갈릴리의 나사렛 출신이었습니다. 변두리 촌놈(?) 예수께서 중심부 예루살렘으로 당당하게 입성했습니다. 그런 촌놈(?) 예수를 중심부 예루살렘 도시인들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멸시하고 잡아 죽였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서구 중심부 국가와 제3세계 주변부 국가로 나뉘고, 수도/대도시와 지방/시골로 나뉩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도 중심부를 지향하는 삶의 표현입니다. 요즘은 "천당 밑에 분당, 천국 밑에 미국"이라고 강남으로, 세계사의 중심인 미국으로 가기 위해 애를 씁니다. 멕시코/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중남미 사람들의 목숨을 건 밀입국도 중심부에 살고자 하는 고단한 삶의 단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는 부활을 예고하면서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26:32)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죽음 앞에서도 갈릴리를 기억하셨습니다. 흥청망청 잔치판을 벌이는 가진 자들의 머릿속에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갈릴리로 예수는 부활의 첫걸음을 옮기셨던 것입니다. "갈릴리 없는 예루살렘의 잔치"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들을 향해 예수는 "갈릴리에서 보자"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은 언제나 갈릴리여야 합니다. 부활신앙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도 갈릴리입니다. 갈릴리가 무시당하고 천대받고, 사람들이 예루살렘만 지향하고 살아서는 세상에 희망이 없습니다.

"교회는 자기 안에서 나와 변두리로 가야합니다. 교회는 자기 자신을 확신하는 영적 병듦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회는 탈이 납니다. 교회가 거리로 나가면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여러 사건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교회가 자신을 가두고 있으면 고립된 의식으로 늙어갑니다. 거리로 나가서 사건과 만나는 교회와 자신을 확신하는 병에 걸린 교회 중에서 저는 분명 앞의 교회를 선호합니다." 이것은 추기경 시절 평범한 사제복을 입고 버스를 타고 빈민촌에 미사를 집전하러 가곤 했던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료 추기경의 말입니다. 그가 바로 지금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중심과 주변이 조화를 이루고, 주변의 삶이 아름답게 여겨지고, 목숨을 걸고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우리가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마법'에서 풀려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갈릴리로 가야합니다. 거기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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