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4/16]-APR. 12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988
- 15-04-11 10:30
기억하라 4∙16
4월은 겨울이 가고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이고, 부활절이 들어 있는 달이지만(3월에 부활절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에게 사월은 봄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너무 잔인한 것 같습니다.
저는 2007년 4월 16일에 일어난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를 기억합니다. 33명의 희생자를 낸 이 참사는 한인 이민자의 자녀가 범인이었기에 더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33명의 희생자(범인 포함)를 기억하면서 33일간 한 끼 금식하며 기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미국에서는 대규모 총기사건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규모 총기사고가 보도되면 저는 그때 일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일은 작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입니다. 수백 명의 승객을 실은 배가 침몰하는 동안 선원도 해경도 해군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고, 정부는 책임전가에만 급급했습니다. 사고가 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무도 책임을 진 사람이 없고, 사고 원인도, 구조 부실의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은 마치 불순세력이나 자녀의 죽음으로 한몫을 보려고 안달이 난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와 정부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부조리가 떠올랐습니다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사니까 이 문제와 관련이 없습니까? 얼마 전에 한인단체의 모임에 초청을 받아 갔더니, 어떤 분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미국 전역을 다녀갔는데 우리 애틀랜타에는 오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애틀랜타가 자랑스럽다"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 이후로 한인단체 모임에 일체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4월 16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하자는 분들이 있습니다. 뭘 했어야 그만 하지요. 자식은 그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사고를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자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쟁으로 만든 사람들이 정녕 누굽니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고 미국의 철학자 산타야나는 말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이 아파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아파하는 일들을 우리가 아파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파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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