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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올해의 단어 ‘어센틱 authentic’] 12-10-2023


올해의 단어 ‘어센틱 authentic’

해마다 이맘때면 사전(事典) 업체들은 ‘Word of the Year 올해의 단어’를 발표합니다. 유명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Merriam-Webster)는 ‘올해의 단어’로 '진짜의, 진품의'라는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습니다. 가짜 뉴스(fake news)가 난무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 스스로가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더 이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른바 탈진실(post truth)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상(假像)의 세계와 실제 세계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진짜이든 아니든, 실제로 물성(物性)을 가진 대상이든 아니면 가상의 대상이든 나를 만족시키고, 몰입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속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탈진실 시대의 특징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가짜임이 금방 드러나는데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객관보다는 편향(bias)을 당당하게 선택합니다.

지금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혹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남을 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사회지도층이나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의 사생활마저도 가감 없이 까발려지는 오늘, 나 자신이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허위 댓글이나 가짜 뉴스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사례도 허다하니,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기독교의 진리인 복음도 그렇습니다. 가짜 복음이 너무 많습니다. 거짓 복음이 난무합니다. 사이비(似而非)나 이단(異端)만이 아닙니다. 정통을 자부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고, 시류와 인기에 연연하며,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는 가짜 복음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림절이면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친구 목사 교회는 해마다 교회 정문에 ‘베들레헴 마구간’을 재현한 장식을 했습니다. 어느 날 출근하는데 그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가 없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다음은 제 친구 목사와 부목사의 대화입니다. “마구간 장식에서 아기 예수가 없어졌던데?” “네.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훔쳐 갔습니다.” “훔쳐 가?” “네. 중남미계 사람 중에 아기 예수를 가져가면 복이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해마다 있는 일입니다. 새로 주문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기 예수를 주문해? 어디서?” “아마존에서요. $16.99입니다. 이틀 후면 도착합니다.” “그렇게 싸?” “네. 중국산(Made in China)이거든요.”

혹시 우리들의 예수님도 누군가 훔쳐 가지 않았나요? 그래서 값싼 중국산 가짜 예수를 온라인에서 주문해서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요? 오늘날 교회들이 믿는 예수가 ‘진짜’가 아니라 ‘가짜, 모조품 예수’는 아닌가요?

가짜가 난무하는 시대에 정말 ‘진짜’를 보고 싶습니다. 세상 풍조에 타협하지 않고, 남들 다 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고, 인정이나 인기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날것 그대로의 멋과 맛을 담은 ‘진짜’ 말입니다. 예쁘고 화려하지 않아도, 진정성이 담긴 진짜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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