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식년(Sabbatical Leave)] 12-17-2023
- 작성자 : 웹섬김…
- 23-12-16 16:39
다시 안식년(Sabbatical Leave)
성경에는 “일곱째 해에는 그 땅이 쉬어 안식하게 할지니”(레25:4)라는 ‘안식년’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대학 교수나 목회자에게도 ‘안식년’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레위기의 안식년은 땅에 관한 규정이지, 사역자의 안식년을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말해서 목회자의 안식년이 성경적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목회자에게 충분한 쉼과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일부 목회자들이 일 년씩 안식년을 보내는 건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3개월 정도의 재충전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상은 교회와 목회자 모두에게 부담입니다.
저는 2018년에 처음 안식년 휴가를 보냈습니다. 목회를 시작한 지 26년 만에, 우리 교회에 부임한 지 8년 만에 처음 얻은 안식년 휴가였습니다. 4개월 조금 넘게 보낸 안식년 휴가는 정말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얻은 안식년 휴가니까 계획이 많았습니다. 여행 계획도 거창하게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권유로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정말 조용히 보냈습니다. 안식년 동안 사람도 거의 안 만났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여행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후원하여 교회당을 건축한 일본 고성 선교사 교회 입당예배에 참석차 일본을 다녀온 게 전부였습니다. 또 안식년을 맞은 목회자들이 여기저기 교회를 방문해서 설교를 합니다만, 저는 교회 방문도 설교도 하지 않았습니다. 딱 두 번 설교했는데, 한 번은 제가 지내던 예수원에서 떠나는 날, 마침 그날 설교자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갑자기 대타로 설교를 한 것과, 고성 선교사 교회 입당 예배에서 설교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대신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주로 예수원과 또 한 군데 수양관에서 기도, 노동, 묵상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6년이 지났고, 다시 안식년이 돌아왔습니다. 처음 당회와 의논한 바는 내년 여름에 3개월 안식월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좀 생겼습니다. 제 아버님께서 얼마 전에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하셨습니다. 91세 연세에 비해 건강하셨는데, 지난여름부터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고, 건강이 급격히 약해졌습니다. 다행히 아버님의 혈액암 종류는 좋은 항암 치료제가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연세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안식년 계획을 조금 변경해서 1월에 한 달간 한국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아버님 곁에서 병간호하면서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미뤄둔 독서의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나머지 두 달 안식월은 여름에 가질 예정인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교지 몇 곳을 중심으로 여행을 좀 다닐 예정입니다.
교회는 장로님들과 다른 목회자들이 든든하기에 걱정이 없습니다. 교인들의 성숙함을 저는 믿습니다. 다만 쉼 없이 열심히 일하는 교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제가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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