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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달 토기 응달 토끼] 01-15-2023


양달 토기 응달 토끼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인데, 저도 계묘생(癸卯生) 토끼띠입니다.

우리는 어려서 ‘산토끼 토끼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동요를 부르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습니다. 또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통해 게으르지 않고 꾸준히 하면 성공한다고 ‘세뇌(洗腦)’ 당하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잠자는 토끼도 잘못이지만, 몰래 지나쳐버린 거북이도 잘못입니다. 깨워서 함께 갔어야 합니다.”라는 주장도 많이 합니다. 토끼 동화에는 왜 꼭 거북이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 간을 원하는 용왕을 위해 길을 나선 별주부(자라)에 속아 용궁에 갔다가 재치를 발휘해서 살아난 토끼 이야기(별주부전/토끼의 간)’도 많이 들었던 동화입니다.

토끼와 관련된 격언이나 속담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마 가장 유명한 게 토사구팽(兎死狗烹) 아닌가 싶습니다. 토끼 사냥을 마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 써먹고, 필요가 없어지면 내팽개치는 세태를 풍자한 말입니다. “범(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라.”는 속담은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 득세하다.”는 뜻입니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는 속담은 “ 달아나는 노루 보고 얻은 토끼를 놓았다.”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토끼를 놓친다.”는 속담과 같은 뜻으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당한다는 뜻입니다.

토끼와 관련된 속담 가운데 제 눈길이 닿은 것은 “눈 온 산의 양달 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는 속담입니다.

같은 산에 사는 토끼지만, 말 그대로 양달 토끼는 양지바른 굴에, 응달 토끼는 그늘진 굴에 사는 토끼입니다. 그런데 왜 눈 내린 산에서 양달 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고 했을까요? 상식적으로는 햇볕 잘 드는 따뜻한 양달에 사는 토끼가 더 잘 살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유는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양달 토끼가 응달 골짜기에는 아직도 눈이 그냥 쌓여 있습니다. 반대로 양달 토끼는 자기 반대편인 양달을 바라보며 삽니다. 거긴 어느새 눈이 녹아 있습니다. 양달 토끼는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응달쪽을 바라보며 굴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굶어 죽습니다. 반대로 응달 토끼는 눈이 다 녹은 양달쪽을 바라보며 굴 밖으로 나와 먹이를 구합니다. 그래서 살게 됩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디를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환경보다 지향(指向) 더 중요한 겁니다. ‘무엇을 바라보느냐’보다 ‘어디에 사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에겐 이 속담이 한낱 겨울 산속에서 들리는 허황한 동화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시편 77:2절은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내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나니”라고 노래합니다.

올 한 해 안락하고 양지바른 곳을 찾아 안주하기보다 거칠고 험한 곳에 살지언정 바라볼 곳을 제대로 바라보며 사는 ‘등달 토끼’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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