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우리는 다 빚진 자들입니다] 03-20-2016


 

우리는 다 빚진 자들입니다

 

충청북도 영동군의 물한리라는 시골마을에 물한계곡교회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거의 다 떠나고 대부분 노인들만 거주하고 있기에 30여명의 교인들 대부분이 할머니/할아버지들입니다. 그곳에서 목회하는 김선주목사님은 지난 주일에 교인들에게 <이럴 때 전화하세요>라는 글을 목사님 전화번호와 함께 큼지막한 글씨로 프린트해서 나눠주었답니다.

보일러가 고장나면 전화합니다.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전화합니다.

냉장고, 전기가 고장나면 전화합니다.

휴대폰이나 집전화가 안 되면 전화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쓸 일이 있으면 전화합니다.

농번기에 일손을 못 구할 때 전화합니다.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전화합니다.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 말고 바로 전화합니다.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합니다.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

 

 

교인이라야 노인들이 대부분인 산골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은 목사는 기도만 하고 말씀만 연구하며 교인들의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서 분리된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지나친 분리의식이 안타깝다면서 이런 걸 읽고 전화를 할 리가 만무하지만 이걸 보면서 목사가 당신들의 삶의 현장에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의식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럴 때 오히려 제가 교인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에 감동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오지에서 열과 성을 다해 목회하는 목사님들이 계시고, 그래서 도시의 교회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도시의 교회들은 모두 이런 시골교회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이런 시골에서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도 가고 도시에 나가 번듯한 교인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대형교회들은 이런 교회들에게 빚을 진 건데 그걸 잊어버리고 시골교회들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이 물한계곡교회에 선교헌금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이런 시골교회들, 미국에서도 아주 작은 동네에 있는 한인교회들, 선교지에서 힘겹게 목회하는 선교사님들에게 빚을 갚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분에 넘치는 좋은 교회당을 가지게 되었으니 우리만 잘 지내는 교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복음에 빚진 자이고, 이런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