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05-01-2016
- 작성자 : 웹섬김…
- 16-04-30 13:31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지난 주일 설교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가정이 미국 땅을 밟은 지 만 9년이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역만리에 건너와서 참으로 좋은 분들을 만나고 목회의 훈련도 잘 받으며 정착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그리고 모든 교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은 잘 지내고 있지만, 사랑하는 아들, 딸을 멀리 보내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리워하실 양가 부모님들, 10년 가까이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그 분들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고 죄송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SNS(페이스북/카카오톡)로 저희 부부와 아이들 모습을 보여드리고는 있지만, 실제로 뵙고 인사드리는 것과 어떻게 비할 수 있을까요? 특히 명절에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손주들 재롱에 행복해하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실 때면, 미국에 있는 저희 가정 생각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더욱 크신 것 같습니다.
가끔씩 한국에서 가족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 예상치 못한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당 수치가 엄청나게 올라가서 병원에서 ‘매우 위험’ 판정을 받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까지 들으셨다 합니다.
작년에 칠순을 맞으신 아버지는 자수성가의 전형입니다. 시골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 뒷받침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셨고, 당시 꽤 유명한 정유회사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하셨으며 약 20년간 주유소 경영을 하시다가 은퇴하셨습니다. 은퇴 후에는 거의 집에만 계셨고 집 근처 텃밭에서 취미로 농사짓는 일 외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셨는데, 그런 아버지께서 최근에 한 대학교의 경비직으로 취직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물론 일을 할 수 있게 되셨다니 기뻤지만 한편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제가 아는 아버지는 ‘소위 자존심 하나로 사시던 분’인데다, 20년간 사장님 소리 듣던 분이 과연 그 일을 과연 감당하실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아주 즐겁고 기쁘게 일하고 계신다 합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시작하신 후로, 위험했던 당수치가 정상으로 내려가고 건강이 호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그 일을 하다보니 근무 시간에 계속 움직이게 되고, 자연히 많은 운동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십니다. 일흔이 넘으신 연세에 건강도 좋지 않으심에도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신 아버지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많은 자극과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일하시는 학교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비 아저씨 유니폼을 입고 일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내가 사는 집, 내가 다니는 건물의 경비 아저씨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이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주변의 여러 사람들, 청소하는 아주머니, 젊은 알바생, 주차관리하는 할아버지.. 이 분들 모두 그들의 가정에서는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존경받는 소중한 존재인지 깊이 생각해 봅니다.
‘갑/을관계’니, ‘금수저/흙수저’니.., 이런 신종(?) 단어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신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본받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세라 하겠습니다. <by 박수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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