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아주 특별한 식당] 06-05-2016


 

아주 특별한 식당

 

며칠 전에 아내와 브런치로 유명한 어느 식당엘 갔습니다. 정원이 무척 예쁜 식당에 들어서자 호스트가 이 식당에 처음이냐고 묻더군요. 처음이라고 하자 이곳에서는 다른 손님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며 커다란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이 식당에는 2-4인용 테이블이 없고 전부 8-16명이 앉는 큰 테이블들만 있었습니다. 음식도 각자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나 지인들과 식사를 하듯 큰 접시에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면 서로 음식을 둘려가면서 덜어먹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자연히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며 음료수며 소스 등을 건네 달라고 하면서 식사를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다섯 명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그리고 백인 노부부와 함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식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앞에 앉은 백인 노부부는 그게 좀 못마땅하다는 듯 인사를 하는데도 받지 않고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보고자 저는 일부러 여기 사느냐? 이곳에 자주 오느냐? 이 음식을 좋아하느냐? 이건 뭘로 만드느냐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유도했습니다. 그 백인 할아버지는 그제야 조금 아는 척을 하는 게 신이 났는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시작했고, 잠시 후에 우리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현관 위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Enter As Strangers, Leave As Friends.” 들어올 때는 서로 낯선 사람이었지만 나갈 때는 친구가 되어 돌아가라! 들어올 때 미처 보지 못했던 그 글귀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에 식탁에서 나눈 수많은 식탁교제가 바로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이 식당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는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식탁공동체를 이루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친교실 입구에도 이걸 달아놓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평소에 잘 모르고 지내는 교인들과 같이 앉아서 식사하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처음에는 낯선 사람으로 찾아와서 서로 친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친구들이니까요. 그게 바로 교회의 모습 아닐까요?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