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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고향같은 교회]-박찬미 목사 05-11-2025


고향같은 교회 - 박찬미 목사

일전에 노회 서류를 작성하면서 ‘Home Church’를 묻는 칸을 마주했습니다. 자라면서 부모님의 임지를 따라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늘 사역지로서의 교회만을 경험해왔기에, 딱히 ‘모교회’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애틀랜타중앙교회에서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이곳이 나의 Home Church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약 고향 교회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교육부서 사역자로 부름을 받아 이곳에 왔지만, 제가 받은 사랑과 돌봄은 전교회적으로 흘러나온 따뜻함이었습니다. 부임 초기부터 이 교회가 참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성도님들이 낯설지 않았고, 금세 마음을 나눌 수 있던 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성령님께서 이 공동체 안에 충만하게 함께하고 계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넘치는 격려와 응원, 부족할 때도 끝까지 기다려주고 지지해주시던 모든 교우들께 저는 성숙한 성도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이 교회에 오게 된 과정은 저 자신에게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교육부서 사역자를 위하여 비자 절차를 지원하고 초청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사실 저는 그런 경우를 본 적도 없고, 다른 동료 목회자들도 부러워할 만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담임목사 청빙 과정 정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저의 모든 비자 절차를 인내하며 기다려 주셨고, 또 아낌없는 지원으로 제가 이곳에 오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작년 여름, 2년 6개월의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을 방문해야 했을 때도, 모든 편의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 저에게는 1년 이상의 비자 체류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도움으로 2023년 4월에 종교영주권 신청도 마친 상태라, 현재까지도 영주권은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최근 미국 내 이민 행정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입니다. 교회가 제 합법적 체류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아직 체류 기간이 남은 시점에서 사임을 말씀드리는 것이 얼마나 죄송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공동체가 함께 큰 언덕을 넘고 있는 이 시기에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결정이 교회로부터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저와 저희 가정의 상황으로 인한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섬세하신 은혜를 날마다 체험해왔습니다.

애틀랜타중앙교회는 저희 부부에게 Home Church와 같은 교회 기억될 것이고, 저의 두 아들에게는 아마도 평생의 믿음의 터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에도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 사역을 감당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붙들며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신 성령님께서, 앞으로의 여정에도 변함없이 역사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새로운 일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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