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07-28-2024
- 작성자 : 웹섬김…
- 조회 : 83
- 24-07-28 15:57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결과이고, 실패는 개인의 무능력과 노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성취의 대부분이 주어진 것, 즉 운이라는 거 아세요?
인간이 처음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입니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건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다음으로 만나는 운은 부모입니다. 부모는 유전·환경 두 요소를 모두 제공합니다. 다트머스 대학 브루스 새서도트 교수가 미국에 입양된 아이들을 연구했습니다. 입양 자녀는 부모에게 환경만을 제공받고, 친 자녀는 유전과 환경을 모두 받습니다. 연구 결과 그는 유전이 소득의 약1/3을 설명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렇게 인생 성취에서 나라가 50%, 유전이 30% 이상을 차지한다면 “인생 8할이 운”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0%는 노력인가요? 실은 우리가 노력할 힘조차도 상당 부분 타고나며, 부모에 의해 길러집니다. 그러니 우리 인생 성취를 결정하는 것의 대부분은 우리 통제 영역 밖에 있습니다. 바로 운(luck)이라는 것입니다.
코넬대학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고 믿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자기 성공에 정부와 사회가 도와준 것이 별로 없고, 다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믿고, 실패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부의 복지 기능을 부정하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돕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성공한 흙수저들이 대체로 더 보수적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입니다. 자기 가문에서 그가 대학에 들어간 첫 번째 사람이었답니다. 예일대 법대를 나온 그는 자기 이야기를 담은 <힐빌리 엘레지(Hillbilly Elegy)>라는 책(영화로도 나왔음)으로 유명해졌는데, 자신이 흙수저 출신임에도 그는 복지 축소를 주장합니다. 그는 책에서 “꼬박 2주를 일한 아르바이트 급료라고 해 봤자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던 고등학생을 좌절시킬 만큼 적은 액수였지만, 이웃집 마약중독자는 정부의 실업수당으로 아무 노동도 안 하면서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스테이크를 사 먹더라. 앞집서 놀고먹던 흑인 여성은 정부가 준 푸드스탬프로 산 탄산음료 두 박스를 들고 와서는 할머니에게 싸게 줄 테니 현금을 달라고 하더라.”며 자기가 경험한 복지제도의 허점을 고발합니다. 그의 고발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복지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도 돌이켜 보니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실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큰 교회, 괜찮은(?)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자기가 열심히 해서, 자기가 능력이 있어서 그런 것처럼 착각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운이 좋았던 겁니다. 제 주변에는 실력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인생이 풀리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제가 ‘운(Luck)’ 이야기를 하는 건, 인생은 그저 운이니까 운에 맡기고 제멋대로 살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걸 감사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책임 있게 살자는 말이고, 누군가 주변에 불운을 겪는 이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돕고 격려하며 살자는 말입니다. 그게 운 좋은 사람, 즉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는 사람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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