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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에클레시아와 교회, 敎會 또는 交會] 08-11-2024


에클레시아와 교회, 敎會 또는 交會

교회(敎會)라는 단어는 신약성경의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라는 헬라어에서 왔습니다. 이 단어는 '밖으로'라는 뜻의 '에크(ἐκ)'와 '부르다'라는 뜻의 '칼레오(καλέω)'가 합쳐진 단어로, "밖으로 불러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마태복음 16:18절에서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을 때, 주님이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칭찬하신 대목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성경에서는 '회중/모임'을 뜻하는 단어 '카할'(קָהָל)이 헬라어로 ‘에클레시아’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단어는 하나님 앞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의 집회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었는데, 신명기 31:30절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이 노래의 말씀을 끝까지 읽어 들리니라" 할 때 ‘온 회중’이 카할, 에클레시아입니다.

영어의 '처지(church)'라는 단어는 ‘주님의 것’이라는 뜻의 헬라어 '퀴리아케(Κυριακή)'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가 라틴어로 'cyriaca'로 변형되었고, 고대 영어 'cirice'를 거쳐서 'church'로 발전하였습니다.

우리 말의 교회(敎會)는 한자에서 왔는데, ‘가르칠 교(敎)’자를 씁니다. 오래전에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가, “교회(敎會)는 가르치는 모임이라 말만 한다.”라고 비판하면서, 교제라는 뜻의 ‘교회(交會)’라고 하면 교제하는 공동체의 특성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교회의 ‘교(敎)’가 ‘가르칠 교’일까요? 여기서 ‘교’는 종교(宗敎)라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종교란 으뜸(宗)의 가르침(敎), 즉 궁극적 도(道)와 초월적 진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궁극적 도와 초월적 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초대교회 역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는 교회였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는 행동이 없어서거나 사귐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신학,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월 즉 으뜸의 가르침이 아니라, 세상에 종속된, 세상을 따라가는 꼬리의 무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진짜 명사는 형용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다는 뜻이겠지요. 아름다운 교회, 사랑의 교회, 좋은 교회, 행복한 교회, 이런 말은 다 부질없는 형용사라는 겁니다. ‘교회’는 단어 그 자체로 아름답고, 거룩하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모든 걸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어떤 형용사도 필요없이 ‘교회’라는 단어 자체로 완전해야 합니다.

교회의 여러 사역과 활동이 있지만, 교회(敎會)는 역시 가르치고 배우는 공동체입니다. 이 가을에 성경공부에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성경읽기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온전한 교회, 수식어가 필요없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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