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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그리고 교회의 책임] 11-03-2024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그리고 교회의 책임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그 바탕에는 정교분리(政敎分離/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원칙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정교분리 원칙은 미국 독립 전쟁과 헌법 작성 과정에서 구체화되었습니다. 18세기 미국 식민지 시대에는 유럽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온 다양한 종교 집단이 있었으며, 이들은 정부가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원/강요하지 않고, 개인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채택되었으며, 이 헌법은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종교와 정치가 결탁한 사례는 많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정치와 결탁하여 부패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도 절대왕정과 가톨릭교회가 결탁하여 부패했고, 그 불만이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1930년대 독일에서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나치 정권에 협력했습니다. 그들은 나치의 반유대주의 정책을 묵인하거나 지지하기도 했으며, 히틀러를 “신이 보낸 지도자”로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정교분리의 원칙은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거나 특정 종교를 우대해서는 안 되며, 종교도 국가 권력을 장악하거나 정치적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종교가 사회 정의, 인권, 평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금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종교는 사회에 도덕적 지침을 제공하며, 정치가 이를 통해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비판적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따라서 정교분리의 올바른 해석은 종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윤리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가 도덕성을 잃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종교인이 정치적 활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애와 윤리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권력 남용을 감시하며,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제가 교인들의 선거 참여를 강조하는 것도 정치적인 차원이 아니라 신앙적 차원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Vote is a kind of prayer about the world you want to live in. 투표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한 일종의 기도다.”

우리 한국 교회는 늘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위정자(爲政者)를 위해서 기도해 온 전통이 있습니다. 그 기도를 구체적으로 삶 가운데서 실천하는 일이 바로 투표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 하나님이 기뻐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투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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