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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토끼와 거북이] 03-30-2025


토끼와 거북이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등 이솝 우화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이솝 우화애는 유난히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것이 산업화를 추진했던 우리 사회의 지향과 맞아떨어져서 더 많이 소개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솝 우화가 지배자들의 논리를 옹호하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왜곡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세상이 달라졌으니 이솝 우화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배짱이가 노래만 부르는 것 같지만, 그 노래가 대히트를 쳤고, 개미들은 배짱이 음반을 사고, 배짱이 콘서트에 다니는데 모아둔 걸 다 쓴다는 해석이나, 거북이가 잠든 토끼를 깨우지 않고 그냥 지나친 걸 비판하는 해석 등도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에 느림의 상징인 거북이가 빠름의 상징인 토끼를 이긴 데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거북이는 걷는 속도는 느리지만, 탁월한 방향 감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거북이에게는 빛에 반응하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자기장을 감지하고, 이를 나침반처럼 활용하여 긴 거리를 이동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거북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경로에서 벗어나면 바로잡을 수 있는 자기 교정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가로질러 자기가 태어난 섬에 돌아와서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토끼는 빠르게 달리기는 하지만 정확한 방향 없이 움직이기에 달릴 때는 좌충우돌 달리고 기력이 떨어지면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잔다고 합니다. 빠름은 시각을 미시적이고 근시적으로 바꾸어 장기적 목표의 개념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거북이가 경주에서 이기는 이유는 느림이 아니라 정확한 방향성 때문이며, 일단 방향이 정확하면 어떤 장애를 만나도 길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북이의 승리는 근면과 성실 때문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 설정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게 빠르고 급박하게 움직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빠른 세상에 내던져지면 누구나 길을 잃습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빨리 달리기만 하면 오히려 토끼처럼 좌충우돌 달리다가 지쳐서 잠에 빠지고 맙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방향 없는 속도는 혼란일 뿐입니다. 현대 사회가 빠름을 숭상하고, 교회마저도 그 빠름의 이데올로기에 빠져버린 상황에서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 삶의 방향은 올바로 정해져 있는지, 교회는 바른길을 가고 있는지를 깊이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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