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12-22-2024
- 작성자 : 웹섬김…
- 24-12-29 12:21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지난 3월에 아버님 장례를 마치고 아버님 전화기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예배를 드리신 사진인데, 책상에 교회에서 켜는 것과 같은 초를 켜고, 성경/찬송가를 가지런히 펴놓으신 후, 노트북 두 대를 모니터까지 연결해서 하나는 예배 실황을 보시고, 하나는 주보 파일을 열어서 예배를 드리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성만찬이 있었는지 포도 주스와 빵까지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아버님께서 얼마나 진실하게 예배를 드리셨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아버님은 22세인 1955년에 서울 향린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서 91세 되던 지난봄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68년간 줄곧 그 교회를 다니셨습니다. 물론 미국에 와서 사신 12년간 교회를 떠나계셨지만, 그때도 늘 향린교회 교인이셨습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84세에 귀국하신 후에도 인천에서 서울 명동까지 매 주일 교회를 다니셨습니다. 아버님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원은 물론 교육부장, 관리부장, 선교부장 등 거의 모든 사역을 맡으셨고, 신실하게 교회를 섬기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로가 될 만한 연령이 되셨을 때 장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서울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것과(당시 그 교회는 당회원 전원이 서울대학 출신이었습니다.) 경영하던 사업이 실패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 교회는 사회정의와 교회 민주화를 외치며, 힘없는 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교회였지만, 교회 안에서는 학력주의, 엘리트주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한 번도 불평의 말씀을 하지 않고, 집사로 교회를 섬겼습니다. 물론 아버님은 후에 다른 분들보다 조금 늦게 장로가 되셨습니다. 직분에 연연하지 않고 신실하게 교회를 섬기셨던 아버님에게서 저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 교회가 2대 담임목사님을 청빙할 때 당회에서는 ‘서울대 출신의 미국 박사’라는 기준을 세웠고, 실제로 그런 분을 청빙했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그분을 지지하지 않고, 다른 분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부임하신 후에는 그분을 진심으로 돕고 섬겼습니다. 그 후 장로님들이 자기들이 앞장서서 청빙한 목사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회에서 내보내려고 할 때 아버님은 “내가 청빙에 반대했던 목사님이지만, 목사님을 무작정 내보내는 것을 부당하며,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목사님 편을 들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교회 목사님들을 비판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가보면 목사님들이 늘 책을 보고 계셨고, 저는 책만 읽고 있는 목사님들이 일을 소홀히 한다며 아버님께 불평했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목사님들은 책 보시는 게 일이야.”라고 목사님 편을 들었습니다. 그때 조금 섭섭했지만, 후에 목사가 되고 보니 아버님 생각이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요즘 저는 ‘교회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 때나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회를 옮기는 이 시대에 아버님 생각이 자꾸 났습니다. 요즘 나도 교회를 옮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제게 아버님이 하신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라는 말씀이 자꾸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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